고려대학교 동아시아문화교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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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출 천성령 역주

I. 신출 천성령 역주



연구주제 : 당송령 비교 연구

중국중세사 위진수당

우리 연구팀은 ‘원전을 통한 중국사 연구’라는 기치를 내걸고 1993년부터 지금까지 매주 한 번씩 모여 원전 사료를 읽고 역주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 작업 결과는 『역주당률소의』명례편, 각칙(상), 각칙(하)와 『역주당육전』(상),(중)으로 출간되었고,『역주당육전』(하)와 『당육전색인』도 곧 출판될 예정이다. 『唐律疏議』와 『唐六典』에 이어서 우리는 최근 새롭게 발견된 『天聖令』의 역주 작업을 진행하려고 한다.

『天聖令』은 北宋 仁宗 천성 10년(1032)에 반포된 책으로 參知政事 呂夷簡 등이 편찬하였다. 이 법전은 일부 내용이 宋代의 문헌 여러 곳에 잔편으로 남아 있을 뿐 지금까지 逸失된 책으로 알려져 왔으나, 1999년 중국 浙江省 寧波의 天一閣에서 明代의 ?本 형태로 발견되었다. 새로 발견된 『天聖令』은 30권 가운데 10권으로, 田令·賦役令·倉庫令 등 12편의 令만 남아 있지만, 남아 있는 令들은 완전한 형태로 원래의 모습을 전하고 있어 令文의 원형과 조문의 배열순서 등을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요긴한 자료이다. 그 동안 唐令은 일본학자 니이다 노보루(仁井田陞)가 일부 복원한 『唐令拾遺』를 통해서 대강을 엿볼 수밖에 없었는데, 처음으로 당송시대의 令의 원문이 완전한 형태로 발견되어 여러 제도를 명확히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 중국, 일본의 학계가 천년 만에 햇빛을 본 『天聖令』에 대해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이 『天聖令』에는 당령과 송령이 함께 기록되어 있어 令制의 변화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때문에 더욱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본 연구팀은 이러한 『天聖令』의 특별한 사료적 가치를 인지하고, 그동안 축적된 역량에 기초해서 『天聖令』의 역주 작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우선 『天聖令』이 필사본이라는 점에 주의하여 매주 개최하는 독회에서 이용 가능한 모든 자료를 가지고 교감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어서 상세하고 풍부한 주석과 가독성 높은 한글 번역을 통해 『天聖令』의 한글 역주서를 만들려고 한다. 특히 각 令文을 評釋하여 입법취지를 밝히고, 전후시기의 유사한 令과 비교하여 그 역사성을 추적하는 작업을 병행하려 한다. 이는 제도의 내용을 정확하고 충실히 이해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기초사료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당송시대사에 대한 독자적인 시각을 정립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당령과 송령을 비교하는 당송령비교집을 만들려고 하며, 아울러 관련된 판례를 덧붙여 현실 사회에서 실제로 율령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도 밝히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게 될 『天聖令』 역주서는 한국과 중국의 법제사만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원전 자료로서 제공될 것이며, 나아가 관련된 모든 전문가들과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이 난해한 중국 전통법률을 보다 쉽게 이해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믿는다.

『天聖令』은 北宋 仁宗 天聖 10년(1032) 총 30권으로 반포되었다. 그동안 逸失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중국 浙江省 天一閣에서 그 일부가 발견되었다. 새로 발견된『天聖令』은 전체 30권 가운데 21권~30권까지의 10권으로, 田令, 賦役令, 倉庫令, 廐牧令, 關市令, 捕亡令, 醫疾令, 假寧令, 獄官令, 營繕令, 喪葬令, 雜令의 총 12편이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었다. 여기에는 北宋 천성년간의 宋令 293개조와 唐令으로 추정되는 令 221개조, 모두 514개조가 실려 있다. 당령과 송령의 원문 형식을 알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일 뿐 아니라, 唐宋 두 왕조의 여러 제도를 비교하여 唐宋變革論을 법제사적인 측면에서 재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중요한 법제사료이다.

우리 연구팀은 1993년부터 1998년까지 6년여에 걸쳐 『唐律疏議』 30권을 역주하고, 이후 10여년에 걸쳐 『唐六典』30권을 역주했던 값진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2년 6개월 동안 『天聖令』 12편에 대해 교감·번역·주해하고, 남은 6개월 동안 당송령비교집을 만들어 『역주 천성령』(가제)으로 출판하려고 한다. 이 작업은 우리 연구팀이 지난 십 수 년 동안 해온 방식대로 매주 독회를 열어 진행하게 될 것이다. 천일각에서 새롭게 발견된 『天聖令』은 14.3cm×22.5cm 크기의 책으로서 반쪽마다 10행으로 이루어져 있고, 1행은 18~22자로 구성되어 있다. 각 조문은 본문과 주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문은 두 글자가 본문 한 글자 크기에 해당한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 책이 필사본 자료라는 점이다. 게다가 天下孤本으로 비교할만한 판본이 전혀 없다. 이 때문에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오탈자를 대조하여 바로잡은 교감본을 내놓았으나, 짧은 시간의 작업이었던 데다가 첫 교감인 때문으로 보이지만 적지 않은 오류가 발견되고 있다. 우리 연구팀은 철저하게 교감하여 이 같은 오류를 바로 잡은 새로운 교감본을 내려고 한다. 다만 『天聖令』은 다른 판본이 없어 대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후 내용과 비교를 거치는 本校와 다른 책에 전재된 관련 조문과 비교하는 他校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하여 당령의 경우는『唐六典』·『唐律疏議』·『唐會要』 및 『唐令拾遺』·『唐令拾遺補』등을, 송령의 경우는『宋大詔令集』·『慶元條法事類』·『宋會要輯稿』·『太平御覽』등 관련문헌을 빠짐없이 비교·대조하여 향후 다른 연구자들이 참고할만한 善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나아가 당송대 令의 비교에만 그치지 않고, 당대와 송대의 율―령―판례를 모아서 비교하여 당송령비교집을 작성함으로써 율과 令의 관계 및 현실 속에서 이들이 적용되는 과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주석을 덧붙일 것이다. 이는 현재 『天聖令』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보다 한 차원 높은 작업성과가 될 것으로 믿는다. 초벌 번역문과 주해는 반드시 독회에서 활발한 토론을 거쳐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본의에 정확히 부합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각 권의 독회가 끝날 때마다 번역문과 주해를 전체적으로 윤문하고 독회와 교정이 완료된 후 공동으로 윤문하여 통일성을 기한다. 이와 같은 정밀한 교감과 체계적인 주해, 평석 및 당송령비교집의 작성은 『天聖令』의 기본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令을 비롯하여 율·격칙에 대한 법률체계의 종합적인 이해에도 매우 유용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법령을 통해 당송 두 시대를 면밀히 검토하게 되어 그동안 일본 학계의 연구에 의존하던 당송변혁론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